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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89.4조 원(전년比 +1,810%)으로 엔비디아를 제치고 단일 분기 세계 1위에 올랐지만, 발표 당일 주가는 셀온 현상으로 6.92% 급락했다. 실적과 주가가 엇갈린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두 얼굴.
삼성전자가 2026년 2분기(4~6월)에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이라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무려 1,810% 넘게 뛴 수치다. 한 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한 해 전체 영업이익(약 43조6000억 원)의 두 배를 넘겼고, 최근 3년간 벌어들인 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성과급 충당금(약 20조 원)을 빼면 실제 체력은 100조 원대였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AI 대장주'로 불리던 엔비디아를 영업이익에서 제쳤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직전 최대 분기 영업이익은 약 535억 달러(원화 약 82조 원) 수준이었는데, 삼성이 이를 넘어서며 단일 분기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기술기업 자리에 올랐다. 애플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실적의 대부분은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에서 나왔다. 전체 영업이익의 90%를 훌쩍 넘는 몫이 메모리사업부에서 발생했다는 추산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서버용 D램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폭발했고,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올랐다. 2분기 기준 D램 가격은 40% 이상, 낸드는 50% 안팎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은 2월에 HBM4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어, 고부가 제품 확대 효과도 더해졌다.
그런데 정작 발표 당일 주가는 거꾸로 움직였다. 삼성전자는 7월 7일 6.92% 하락한 29만6000원에 마감했고, 장중 한때는 10%가량 빠지며 28만6000원까지 밀렸다. SK하이닉스도 6% 안팎 동반 하락했고, 코스피 전체가 4.91% 급락하며 '검은 화요일'로 불렸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날 시장은 오히려 비명을 지른 셈이다.
증권가는 이를 '셀온(sell-on)' 현상으로 해석한다. 좋은 실적이 나올 거라는 기대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막상 뚜껑을 열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도 겹쳤다. 빅테크의 AI 투자가 언젠가 둔화되면 메모리 슈퍼사이클도 꺾일 수 있다는 걱정이다. 성과급 충당금 같은 인건비성 비용이 이익 배분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업계 전망이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고, 실적 개선 폭이 가장 커지는 시기는 2026년 4분기에서 2027년 상반기라는 관측도 있다. 결국 이번 '두 얼굴'은 실적(펀더멘털)과 주가(기대심리)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단면을 보여준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도 오른다'는 상식이 늘 맞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 사례. 기대가 선반영된 주식에서 나타나는 '셀온'과 반도체 사이클의 '피크아웃' 논쟁을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좋은 산업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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